"헬조선이 싫어서"…부국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가 된 이유

입력 2023-10-04 18:11   수정 2023-10-04 18:12



'헬조선'을 떠나 '탈조선'을 하는 20대 여성의 이야기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4일 막을 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상영된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한국이 싫어 뉴질랜드로 떠난 MZ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형편이 넉넉하진 않지만 따뜻한 집, 부모님과 여동생, 반듯하고 책임감 있는 오래된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을 뒤로한 채, 금융회사 IT부서에서 일하던 20대 후반의 여성 계나(고아성)는 뉴질랜드로 떠난다. 2015년에 출간되어 큰 화제를 모은 장강명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건재 감독은 "계나와 다른 삶의 환경에 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내게도 공명하는 부분이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 작업을 통해 환기해보고 싶었다"면서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속에서 각기 다른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과 도전을 하는지 관객들이 들여다봐 줬으면 한다"며 "이것은 계나가 계속해서 다른 희망을 찾아 움직이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소설을 영화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극의 배경은 호주 시드니에서 뉴질랜드로 바뀌었다. 장 감독은 "소설에서 그린 8년의 세월을 압축해 보여주기 위해선 각색 과정이 필요했고 어떤 걸 취하고 버려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며 "소설 속 계나는 호주 시민권을 취득하는 게 목표라면, 영화에선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모험하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결말을 바꿨다"고 달라진 부분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 준비를 위해 2017년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해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을 만났는데 두 나라에 있는 한국인들의 분위기가 달랐다"며 "'추위를 싫어한 펭귄'이라는 동화가 영화에 등장하는데 펭귄이 떠나는 가장 따뜻한 남쪽 나라로 뉴질랜드가 적합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계나 역을 맡은 고아성은 천추골 부상으로 이날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장 감독은 "고아성 배우가 개인 일정을 소화하다 다쳤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화제를 오고 싶어했다"며 "참가 방법을 알아보다가 여러 사정이 해결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계나와 함께 뉴질랜드에 정착하는 재인 역으로는 배우 주종혁이 출연했다. 주종혁은 "영화의 배경인 뉴질랜드에서 6년 정도 유학 생활을 했었다"며 "그때 당시의 한국의 삶에 지쳐서, 당시에 학생이었지만 워킹홀리데이에 온 형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을 보고 그 형들이 정말 많이 생각이 났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해외에서의 삶이 그때의 저의 모습과 너무 비슷했다"며 "그래서 재인을 연기하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영화제 집행위원장 대행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미래를 불안해하는 다양한 젊은이들과 그들이 처한 현실이 영화에 다양하게 드러나 있다"며 "제목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는가'는 영화의 중요한 가치이기에 이 영화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한국이 싫어서'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전했다.

한편 이날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3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흘 동안 진행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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